학폭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흥국생명 배구단이 다시 승점을 쌓으며 우승을 향한 전진을 시작했다.
흥국생명은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0-21 V-리그 여자부 KGC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8 22-25 25-17 25-22)로 승리했다.
지난 16일 IBK기업은행 전에서 역대 V리그 최다 점수 차(34점) 패배 불명예를 떠안았던 흥국생명(승점 53)은 이날 승점 3점을 확보하고 2위 GS칼텍스(승점 48)를 다시 5점 차로 따돌렸다.
흥국생명의 브루나와 김연경은 각각 30점과 24점을 뽑아내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폭로로 몸살을 앓았던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4연패 사슬을 끊으며 무너진 팀을 재건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던 주장 김연경은 승리가 확정된 순간 동료들을 끌어안으며 환호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본인들을 믿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줬다. 우리 선수들에게서 스포츠 정신을 볼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챔피언결정전 우승보다 “오늘이 더 기쁘다”면서 “선수들이 힘든 과정을 잘 겪어준 게 기쁘다. 앞으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오늘 경기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갓'연경 본색 유감없이 드러내
김연경은 이번 경기를 통해서 심적인 부담감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그녀는 팀원들을 챙기고 이전보다 밝은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는데 이는 그녀의 기록에서도 드러났다.
먼저 오픈 공격 성공률을 비교해 보면 이번 경기에 김연경의 오픈 공격 성공률은 무려 57%나 되는데 이전 경기 IBK 경기에서 최다점 차이로 패배했을 때 36%에 그쳤던 오픈 공격 성공률이 수직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적재적소에서 효과적인 공격을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데이터이다.
실제로 이번 KGC 담배 인삼공사 전을 보면 어려운 각도에서도 공격을 성공시키는 김경경의 모습이 여러 번 나왔었다.
전체적인 공격 성공률을 이전 경기와 비교해 보면 IBK전에서는 34% 에 불과했던 공격 성공률이 KGC전 경기에서는 51% 로라는 엄청난 성공률로 양 팀 통틀어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주었으며 전후방을 안 가리고 엄청난 공격을 상대방에게 퍼부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경기 결과와 경기가 끝난 뒤에 김연경의 변화된 표정을 통해서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었는지 조금 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쌍둥이 자매 사건으로 우승권이었던 팀은 하루아침에 동네북으로 전락하였고, 사건의 관련자로서 그녀의 이름이 지속적으로 언론 매체에 등장하였지만 그녀는 팀의 주장으로서 해당 사건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었다.
분명히 억울한 면도 있었을 테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많았을 텐데 말이다.
이번 경기 승리 후 김연경이 마치 우승한 만큼 기쁜 표정을 지었던 이유는 경기가 끝난 뒤 그녀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지금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주전 2명이 빠진 빈자리를 빨리 메우고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다들 (승리가) 간절했던 순간이었고 올 시즌 가장 감동적인 승리였습니다.”
“지금은 감독님도 힘들고 구단도 힘든 상황이지만 모든 선수가 각자 해야 할 것을 다시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또 경기 전 브루나와 많은 이야기를 했고 브루나가 도와달라는 얘기도 했는데요, 브루나가 힘든 상황을 이겨내서 뿌듯합니다.”
인터뷰 내용에서 보았듯이 그녀는 그동안 부진했던 외인 브루나를 격려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팀을 생각하는 주장 김연경의 모습이 여실히 나타난 인터뷰 내용이었다.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쌍둥이 자매가 팀 훈련에서 빠지면서 주장 김연경을 중심으로 흥국생명 팀원들이 똘똘 뭉치며 무너졌던 팀의 조직력이 살아났고 김연경도 부담감을 떨쳐내며 '갓 연경'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던 경기였다.
김연경은 프로는 경기에서 결과로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흥국생명 배구단의 남은 경기에서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실력'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댓글